초전도체 속에서 정보를 바라보다
— Bi-2212 Josephson 접합이 들려주는 ‘정보의 물리학’ 이야기
해당논문제목과 링크:
Intrinsic Josephson Dynamics in Bi-2212 as a Phenomenological Testbed for Information-Gauge Fields: Constraints on Λµ, Entropy Production, and Odd-in-B Asymmetry, (2025)
https://doi.org/10.5281/zenodo.17896209
우리는 보통 정보(information) 라는 단어를 컴퓨터, 인터넷, 혹은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떠올립니다.
하지만 놀랍게도, 현대 물리학은 정보가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물리적 실체일 수 있으며,
심지어 우주의 법칙을 결정짓는 기본 단위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.
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실제 고체물질 실험과 연결한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합니다.
논문의 제목은 조금 길지만, 그 안에 담긴 질문은 매우 단순합니다.
“초전도체 속에서 흐르는 정보는 어떤 모습일까?”
“그 정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기·자기 현상처럼 물리적 법칙을 따를까?”
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, 우리가 알고 있던 ‘물리학’이라는 세계가
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.
1. 초전도체가 왜 ‘정보’를 연구하는 실험실이 되는가?
연구의 주인공인 Bi-2212(비스무스계 고온 초전도체)는
원자층이 케이크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 독특한 구조입니다.
이 층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Josephson Junction(조셉슨 접합) 이 형성됩니다.
조셉슨 접합은 마치 전자들의 ‘터널’을 조절하는 문과 같습니다.
전류가 흐를 때, 그 양상은 전자들의 집단적 움직임(위상, 위상 차이, 진동 등)을 섬세하게 반영합니다.

그런데 이 연구는 여기에서 새로운 가정을 하나 더 얹습니다.
“만약 이러한 복잡한 움직임을 정보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?”
전류의 세기·진동, 열이 쌓이고 흩어지는 과정, 작은 소리 같은 잡음들까지
모두 정보가 생성되고 사라지고 이동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 것입니다.
이것이 바로 토트샘이 제안하는
정보 게이지 이론(Information-Gauge Theory, IG-RUEQFT)
이라는 철학적·물리적 틀입니다.
2. 초전도체 속에서 발견한 ‘정보의 단서’들
실험 자체는 2000년에 측정된 자료입니다.
하지만 이번 논문은 이 자료를 ‘정보의 관점’으로 재해석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.
Bi-2212 Josephson 접합에서는 다양한 비선형 현상들이 관찰됩니다:
• Back-bending — 전압이 역으로 구부러지는 이상한 곡선
긴 펄스를 주면 전압이 ‘뒤로’ 꺾입니다.
열이 쌓이고 전자들이 비평형 상태로 몰리기 때문인데,
논문은 이것을 **‘정보가 더 이상 보존되지 못하는 상태’**로 해석합니다.
정보는 흐르다 막히거나 뒤틀리면 엔트로피를 남기는데,
이 구간에서 그 엔트로피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죠.

• Flux-flow resonance — 전류 속에서 들리는 ‘정보의 공명’
자기장을 가하면 Josephson vortex(초전도 소용돌이)가 움직이며
특정 전압에서 공명 현상이 나타납니다.
이 공명은 원래 전자기적 현상으로 설명됩니다.
하지만 연구자는 “이것이 정보 모드의 공명처럼 보일 수도 있다”고 말합니다.
왜냐하면 각 공명값이 얼마나 일정한지를 통해
정보 게이지장 Λµ가 얼마나 작은지(즉, 자연에 거의 ‘흔적을 남기지 않는지’)
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.

• Annular junction(고리형 접합) — 정보 홀로노미(holonomy)의 실험 무대
고리처럼 생긴 조셉슨 접합에서는
한 바퀴를 돌며 위상이 누적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,
이는 고에너지 물리학의 윌슨 루프(Wilson Loop) 개념과 닮았습니다.
연구자는 여기서
“정보 게이지장이 한 바퀴를 돌며 남기는 흔적(χ)”을
실제로 측정하고 상한값을 제시합니다.
이는 ‘정보의 기하학적 위상(geometric phase)’을 실험적으로 제한한
아주 이례적인 결과입니다.

• Field inversion asymmetry — 자기장을 뒤집으면 왜 반응이 다를까?
+3000 G와 −3000 G에서 전류가 완벽히 반대가 되지 않습니다.
기존에는 구조적 비대칭이나 trapped flux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,
연구자는 여기에 CP-odd 정보 결합(g_odd) 이란 파라미터를 도입합니다.
즉, “정보가 자기장 방향에 민감할지도 모른다”는 가설을 세운 것입니다.
그리고 실험 데이터를 이용해 그 크기의 상한을 정합니다.

3. 이 연구가 갖는 진짜 의미
이 연구의 특별함은 실험을 바꾸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.
새로운 장비도, 새로운 물리 모델도 아닌,
이미 존재하던 초전도체 실험 데이터를
‘정보의 물리학’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번역한 것입니다.
그 결과 놀랍게도:
- 정보 게이지장 Λµ
- 정보 홀로노미 χ
- 정보 비보존 시간 τ_info
- CP-odd 정보 결합 g_odd
같은 ‘정보 세계의 물리량들’에 대해
실험적 상한(upper bounds) 이 도출되었습니다.
이것은 마치 다음과 같은 말과도 같습니다.
“정보가 정말 자연의 근본적인 물리량이라면,
초전도체는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 작은 우주가 될 수 있다.”
4. 철학적 메시지 — 물리학과 정보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
이 연구는 한 가지 중요한 철학적 메시지를 던집니다.
“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, 물리적 세계의 또 다른 얼굴일 수 있다.”
물리학은 항상 ‘힘’, ‘에너지’, ‘전하’ 같은 개념으로 자연을 설명해 왔습니다.
하지만 양자정보이론, 블랙홀 엔트로피 연구, 홀로그래피,
그리고 최근의 AI·컴퓨팅 패러다임이 발전하면서
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됩니다.
자연은 정보를 다루는 존재이며,
정보의 흐름이 곧 자연의 법칙일지도 모른다.
이 논문은 이 큰 흐름 속에서
“그렇다면 실험으로 그것을 검증할 수 있을까?”라는
매우 실용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.
Bi-2212 같은 초전도체가
정보 게이지 이론의 작은 실험실이 될 수 있다면,
우리는 고에너지 물리학에서만 다루던 개념을
실제 재료 속에서 관측하고 제약할 수 있게 됩니다.
5. 마무리 — 정보의 시대, 정보의 물리학
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, 컴퓨터, 인공지능은
결국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전달하는가의 문제를 해결한 기기들입니다.
하지만 이 논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가
“정보는 자연 그 자체의 일부이다.”
라는 관점을 초전도체 실험을 통해 보여 줍니다.
초전도체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미세한 현상들이
전류·전자·소용돌이의 움직임뿐 아니라
정보의 생성·흐름·축적·소멸이라는 관점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은
물리학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.
앞으로 더 정교한 실험이 이뤄진다면,
우리는 정보가 물리적으로 어떻게 존재하고,
어디까지가 자연이 허용하는지에 대해
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.
그리고 그 출발점은
우리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
작은 초전도체 조각일지도 모릅니다.
